경험 많은 인턴과 열정 많은 CEO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명배우이자 현재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다작 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레 미제라블>을 거쳐 이제는 미녀 스타 배우가 된 앤 해서웨이가 주연으로 만났다. 실제 40살 정도의 나이 차이가 나는 두 배우의 만남으로 개봉 전부터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언론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영화 <인턴>은 <로맨틱 홀리데이>,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등의 로맨스, 멜로 작품으로 이미 유명한 낸시 마이어스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아쉽게도(?) 이 영화에서는 두 주연의 로맨스는 없지만 낸시 감독은 사랑의 코드를 곳곳에 배치해 웃음과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9월에 개봉을 했다. 당시 앤 해서웨이의 등장만으로 마케팅 효과를 보기도 했다. 외적인 모습만 보면 앤 해서웨이가 인턴일 것 같지만 로버트 드 니로가 인턴이란 점이 관객들의 흥미를 끌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재밌는 점은 두 배우가 걸어온 길과 주인공들의 컨셉 및 세계관이 비슷해 보인다. 굵직한 경력을 지닌 시니어 배우와 가는 곳마다 화제가 되는 젊은 스타 배우의 만남. 영화는 경험 많은 시니어 인턴 벤과 회사를 창업한 지 2년이 안돼 216명의 직원을 둔 열정과다 30세 CEO 줄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엄마와의 사이도 좋지 않았던 줄스는 극명하게 차이나는 나이와 관계로 인해 처음에 벤을 꺼려한다. 하지만 경험 많고 노련한 인턴 벤의 활약 덕분에 회사의 분위기는 더 살아나고 줄스와의 관계도 가까워지게 된다. 다소 스토리가 루즈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숨 가쁘게 돌아가는 회사 생활에서 인간적인 모습과 직원들의 소소한 고충과 사랑까지 조화롭게 연출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이는 나이일 뿐, 서로의 성장을 돕는 벤과 줄스의 파트너십을 인상적으로 그려냈다.
해외와 국내의 차이나는 평가와 이유
국내와 해외는 기준만 다를 뿐, 대게 영화에 대한 평가는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인턴>의 평가는 상이하게 차이가 나고 있다. 오히려 영화를 만든 미국 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대표 평론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59%, 팝콘 지수 73%을 기록 중이다. 신선도 59%은 재미없는 영화를 뜻하는 썩은 토마토에 해당하는 점수이다. 해외에서 흥행하지 못한 이유는 이야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지나치게 순조롭게 흘러간다. 70세의 인턴 벤은 20,30대의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별다른 고난과 역경 없이 적응을 하며 동료들이 애정하는 일원이 된다. 벤은 직원들의 연애 상담을 해주는 등 회사의 여러 사소한 고충을 해결하며 존경받기 시작한다. 줄스 역시 운전기사의 음주나 남편의 외도를 마주할 뻔 하지만 벤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마치 벤이 슈퍼맨인 것이다. 이러한 설정이 따듯함은 있지만 관객들의 예상을 벗어나지 못해 루즈해지는 함정이 존재한다. 로튼 토마토 평론가들도 두 배우의 케미는 좋지만 스토리의 신선함은 부족하다는 평을 했고, 한 관람객은 지루하다(Very boring)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36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을 했고, 네이버 관람객 평점 9.04를 기록 중이다. 해외에서는 주로 이야기에 집중하여 평가를 내놓았다면 한국에서는 주인공들의 관계와 삶에 주목하여 힐링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관객들은 줄스와 벤의 관계에서 따듯함과 힐링을 느꼈으며 벤과 같은 멋진 상사를 만나고 싶거나 되고 싶은 로망에 빠지기도 했다. 또한 2015년은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었던 때이다. 한국 사회의 깨지지 않는 근본적인 문제와 사회 구성원들 간의 갈등이 주된 이슈였다.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했던 사회에서 관객들은 인간미와 사랑이 가득한 이 작품으로 힐링과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한 가지 재밌는 점도 발견할 수 있다. 해외와 달리 한국에서는 잔잔하고 무난했던 이야기가 좋은 평을 받고 있다. 갈등과 자극이 주가 되는 상업 영화가 지배적인 한국 시장에서 <인턴>의 무난함이 오히려 반전 매력으로 다가왔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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