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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이 꼭 봐야 할 영화 <리틀 포레스트>

by 돈냄시 2022. 11. 30.

힐링이 필요할 때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 작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원작 만화를 임순례 감독이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일본 장르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명확히 어떤 표현을 써야 될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봤던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열린 결말을 통한 여운이나 울림에 포인트를 주는 듯하다. 그래서 스토리의 전개가 대게 평화롭고 잔잔하다. 나는 끝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열린 결말은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든다. 열심히 풍선을 불었는데 매듭을 안 짓는 느낌이다. 아무튼 이러한 점에도 불구하고 믿고 보는 김태리 배우 때문에 친구와 메가박스를 찾았던 기억이 난다. 김태리는 맞은 바 역할을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몇 안 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에서 열연을 펼치며 58회 백상 예술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이제는 대중들에게 본명 김태리 보다 극 속 주인공의 이름 나희도라고 불릴 만큼 그 실력을 증명하고 있다. 

 

일명 귀농 판타지를 일으켰던 한국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주인공 혜원(김태리)과 친구들의 귀엽고 순수한 관계, 한국의 아름다운 사계절 그리고 신선하고 맛스러운 음식을 통해 일상과 사람에 치여 사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치유와 휴식을 선사했다. 딱히 등장인물 간의 갈등 요소도 없고 잘 나가는 두 남녀 배우의 러브라인도 찾아보기 힘들다. 재하(류준열)의 넘 볼 수 없는 짝사랑과 은숙(진기주)의 순수한 질투만 있을 뿐이다. 조미료 없이 등장인물 각각의 본연의 맛을 잘 살린 맛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감칠맛을 돋우는 귀엽고 소중한 강아지 오구는 또 하나의 행복 자극 포인트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대중들에게 이 영화가 통할까 싶었지만, 예상과 달리 네이버 관람객 평점 9점을 기록하는 등 힐링이 필요했던 '바쁘다 바빠' 현대인들의 호평을 받았다.

 

한국의 아름다운 사계절과 식탁을 담다

도시에 살면서 사계절의 운치와 풍경을 온전히 느끼기는 어렵다. 제철에 무엇이 나고 자라며 자연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우리 앞으로의 세대는 더욱 알기 힘들지 싶다. 시험, 연애, 취업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도망치듯 고향으로 돌아간 혜원은 원래 머물기로 했던 3일이 아닌 1년을 지내기로 결심한다. 이 덕분에 관객들은 시골의 풍경과 사계절의 멋을 온전히 두 눈에 담을 수 있게 됐다. 실제로한국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모습을 찍기 위해 1년에 걸쳐 촬영을 진행했으며 제작진이 직접 텃밭에 작물을 심고 키우는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그래픽 작업 없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담으려는 이러한 제작진의 노력 덕분에 고퀄리티의 아름다운 영상미가 탄생했지 싶다. 그리고 이 영화의 활기를 불어넣는 요소 중 하나가 요리와 먹방이다. 꽁꽁 언 텃밭에서 직접 따온 배추로 만든 배춧국과 배추전, 겨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수제비,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하는 전통주 막걸리까지. 한마디로 한국의 제철 재료와 식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다. 이를 맛깔나게 표현하는 김태리의 먹방 또한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우리, 무심히 던져도 자라는 토마토처럼

벌레 소리가 낭낭하게 울려 퍼지는 여름, 엄마(문소리)와 딸 혜원이 벤치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토마토를 먹는 장면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풀 떼기 안 뽑냐는 지나가던 이웃 주민의 잔소리에도 "이따가 뽑을게요~" 말하며 시골의 여유를 즐기는 모녀. 그리고 혜원이 "아빠 보고 싶어?"라고 묻자 엄마는 먹던 토마토를 던지면서 "저렇게 던져놔도 내년엔 토마토가 열리더라. 신기해."라고 말하며 장면이 전환된다. 단 무심히 던져도 다시 자라려면 노지에서 햇볕을 듬뿍 받고 완숙에서 딴 토마토여야 한다. 자연은 무심해야 잘 자라는 것 같다. 어렸을 때 집에서 양파를 키운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물만 잘 갈아주고 신경 쓰지 않아도 어느새 싹이 부쩍 자라 있다. 반면 계속 언제 자라나 지켜보고 있으면 괜히 싹이 안 나는 듯하다.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가끔은 이러한 무심함이 필요할 것 같다. 인간관계, 학력, 취업, 결혼, 집...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려면 골치가 아픈 수준이다. 하지만 계속 잡고 있다고 쉽게 풀리는 일도 아니다. 물은 제 때 주면서 무심히 지내는 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돌아보면 놀랍도록 자라 있을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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