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연말 문화가 되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생각나는 배우가 있습니다. 바로 맥컬리 컬킨(케빈)입니다. 지금은 40세를 넘긴 성인이지만 우리들의 기억 속에 여전히 귀엽고 영리한 소년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어린 시절, 연말이 되면 가족 또는 친구들과 모여서 <나 홀로 집에>를 보며 웃고 떠들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영화가 개봉한 지 벌써 30년이 지났지만 말썽꾸러기 같지만 천재였던 케빈과 좀두둑 원, 투의 슬랩스틱 연기는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에 꼭 봐야 할 영화로 <나 홀로 집에>를 꼽고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이 영화를 보는 것이 마치 하나의 연말 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년 전쯤만 해도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가 없었던 때라 TV에 나오는 콘텐츠가 유일한 볼거리이자 놀거리였습니다. 신문을 통해 성탄절 특선 영화 편성표를 확인하고 시간에 맞춰 TV 앞에 모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지상파 방송 3사는 앞 다투어 <나 홀로 집에>를 편성하며 국민들의 연말을 책임졌습니다. 지금처럼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시간을 놓치면 엄마를 설득해 비디오 방에 가서 테이프를 빌리는 수고를 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그 시간을 소중히 했고 더욱 몰입해서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스마스 대표 영화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우리가 지금까지 케빈을 그리워하고 열광하는 이유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따듯한 추억과 공감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
많은 분들이 <나 홀로 집에>를 가장 많이 본 영화,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영화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30년이란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맥컬리 컬킨, 즉 케빈의 활약이 가장 독보적이고 인상적입니다. 나이가 믿기지 않은 천재적인 연기와 귀여운 얼굴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이 영화로 단번에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양손을 볼에 대고 고함을 지르는 케빈의 시그니처 포즈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보면 볼수록 짠한,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게 신기한 좀두둑 원, 투도 한몫을 했습니다. 조페시(해리), 다니엘 스턴(마브)의 교과서와 같은 슬랩스틱 연기는 지금 봐도 어색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약간의 어리숙한 표정과 행동 하나하나를 보면 누가 이런 연기를 또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합니다. 여전히 이 시대에 웃음과 재미를 전달하는 두 배우의 명연기는 봐도 봐도 질리지 않게 하는 요소입니다. 영화는 크리스마스에 케빈을 혼자 두고 파리로 휴가를 떠난 가족들의 사건을 그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명절인 크리스마스의 분위기와 문화를 영화를 통해서 물씬 느낄 수 있습니다. 마을을 밝힌 아기자기한 조명들과 집 안의 대형 트리 그리고 가족, 친척들과의 북적북적한 모임까지. 1990년대 초반, 미국에 대한 로망과 문화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중반, 가족이 다 사라지고 나 홀로 집에 있고 싶던 케빈도 여러 사건을 겪고 시간이 지나자 가족을 그리워합니다. 가족들 역시 케빈이 걱정돼서 파리에서 시카고로 금방 돌아옵니다. 또한 마지막 장면에서 옆집 삽자루 할아버지도 아들과의 화해로 간절히 바라던 손녀와 포옹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나 홀로 집에>를 케빈과 좀도둑들의 치열한 두뇌 싸움과 전투를 주로 기억하고 있지만, 결국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가족의 사랑인 것입니다. 연말은 괜히 가족이 그립고 생각이 나는 시기입니다. 매년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가족의 추억과 사랑을 느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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