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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트루먼은 살 수 있을까

by 돈냄시 2023. 1. 4.

트루먼에게만 쏟아지는 비

세트장 밖은 위험해

<트루먼 쇼>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오직 트루먼을 위해 꾸며지고 설치된 장치입니다. 해가 뜨고 지는 자연 현상은 물론 어머니, 아내, 친구까지 계획적으로 거짓을 연기하는 배우일 뿐입니다. 트루먼은 태어날 때부터 PD이자 세계관의 창조주인 크로스토프가 계획한 세트장에 갇혀 30년을 살아가게 되고 그의 삶은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에 송출됩니다. 오직 이 세상이 전부인 줄 아는 트루먼은 그래도 밝고 성실한 어른으로 잘 자라게 됩니다. 모든 게 크리스토프의 계획대로 자신의 인생이 흘러가는 줄 모르고 말이죠. 그러다 트루먼은 세트장의 허점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는 하늘에서 떨어진 게자리라고 써져 있는 무대 조명, 엘리베이터 뒤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 갑자기 사랑하는 아버지와 여자친구 실비아를 납치해가는 이상한 상황들을 떠올리며 세상의 진실을 알게 됩니다. 아내와 친구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만 그들도 연기자이기 때문에 진실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거짓된 세상이라는 확신이 든 트루먼은 사람들을 속이고 세트장 밖으로 보트를 타고 탈출을 시도합니다. 크리스토프는 비바람과 파도를 일으키며 트루먼의 탈출을 막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를 죽일 수 없기에 포기하고 맙니다. 마침내 세트장 벽에 부딪힌 뱃머리. 트루먼은 계단을 올라 마주친 문 앞에서 30년 동안 갇혀 지내던 세트장과 시청자들에게 “굿 애프터눈, 굿 이브닝, 굿 나이트”이라는 작별 인사를 남기며 진실된 세상으로 떠나게 됩니다. 여기서 <트루먼 쇼>의 뒷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한평생 자신만을 위해 거짓되고 계획된 공간에서 지낸 트루먼이 집이었던 세트장 밖에서 잘 살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현실은 세트장과 정반대인 곳이기 때문이죠. 자유는 얻었지만 그동안 타의에 의해서 살아온 삶에 익숙해진 트루먼 앞에 펼쳐진 진실된 세상은 마치 위험한 맹수가 득실대는 야생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한순간 주인공에서 사회적 약자로 돌아서게 되는 거죠. 스태프들이 차려준 밥상에서 숟가락만 들면 됐던 삶은 끝이 났습니다. 무에서 유를 다시 창조해야 합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영화 상에서 드러난 트루먼의 밝고 주도적인 성격이 그의 앞날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트루먼은 죽음을 각오하고 진실에 맞서 싸웠습니다. 즉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도전 정신이 있는 인물입니다. 삶은 누군가 차려주는 것이 아닌 본인이 스스로 개척해나갈 때 더욱 아름답고 의미가 있습니다. 세트장 밖은 위험하지만 트루먼의 뜻대로 되는 진정한 삶을 보내고 첫사랑인 실비아를 다시 만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길 소망해 봅니다.

 

국민 예능 프로그램 트루먼 쇼의 장수 비결 

영화에서 트루먼 쇼는 30년의 긴 세월 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국민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크리스토프가 트루먼을 속이며 쇼를 유지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디테일에 있습니다. 영화를 자세히 보면 곳곳에 검고 동그란 카메라가 달려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5천 대의 카메라로 트루먼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시하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전달했고, 의심이 될만한 요소는 사전에 차단했습니다. 아무도 믿으면 안 된다는 말을 해주는 첫사랑 실비아를 대 놓고 납치하는 범죄를 저지르면서까지 말이죠. 경찰 역시 한 패거리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또한 소나기, 별, 일출 등의 자연 현상까지 창조해내며 최대한 현실과 동일한 조건을 만들어 냈습니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사랑하는 가족부터 친구까지 모두 짜인 각본에 움직이는 배우라는 점입니다. 가장 믿고 신뢰하는 존재들이 하나 같이 속이는데 당해낼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영화 중간중간 배우들은 주방용 칼, 맥주 등의 PPL 광고를 합니다. 거대한 프로젝트를 지속하기 위한 자본줄인 셈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누구도 인권 문제와 프로그램 폐지를 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고 무섭기까지 합니다. 오직 본인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묵인했던 것입니다. 계속 보는 사람이 있기에 쇼도 끝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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