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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써니와 플래시백 기법

by 돈냄시 2022. 11. 14.

플래시백은 무엇인가

다른 서사 문학과는 달리 영화는 영상 편집 기술이 존재한다. 따라서 영화에서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거나 사건의 전말을 그리는 장면을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장면은 서사의 인과성을 부여하거나 한 사람의 과거를 보여주어 그의 성격을 해명하는 도구로 이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추리 영화에서 주인공이 시체를 발견했다.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은 범인이 누구인지, 어떤 사건이 발생한 건지 등의 궁금증을 갖기 시작한다. 이때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거나 사건을 묘사하는 장면이 삽입되면서 관객들은 궁금증을 해소하게 되고 서사에는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이와 같이 영화에서 회상이나 추억, 과거를 묘사하는 기법을 플래시백이라고 한다. 추리 영화뿐만 아니라 <써니>(2011)와 <국제시장>(2014) 등과 같은 향수 영화에서도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영화 기법이다. 하지만 지나친 남용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이야기의 시간과 서술의 시간 사이에 간격이 발생하면서 서사의 흐름이 끊기고 관객들의 몰입이 떨어지게 된다. 영화와 관객의 시간은 동일하게 앞으로 진행되지만 서술의 시간은 뒤로 가게 되는 것이다. 

 

써니의 플래시백 활용법  

2011년 플래시백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영화가 있다. 바로 영화 써니의 이야기다. 써니는 어린 시절부터 중년이 된 현재 시간까지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우정을 주 내용으로 담고 있다. 당시 중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누적 관객 수 700만을 돌파한 흥행작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향수 영화에서 과거와 현재의 주인공의 모습을 병치시켜 관객들에게 극적 감동을 전달한다. 이때 현재는 서브 플롯, 과거는 메인 플롯을 이루게 하여 서사의 흐름과 관객들의 몰입감을 지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써니에서도 주인공 나미의 현재와 과거의 모습이 교차되는 플롯이 구성되지만 126분의 러닝타임 동안 23번의 '교차 서사'를 이루는 큰 특징을 보이고 있다. 

 

교차 서사의 진가를 보여주다

써니의 러닝 타임 85분에서 97분 사이는 총 10번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며, 11개의 장면이 끊임없이 맞물리면서 전환이 이루진다. 즉 영화 3장은 과거의 나미가 짝사랑한 준호에게 실연을 당한 서사와 현재의 나미가 준호를 찾아 전달해 주지 못한 초상화를 건네주는 서사가 빠르게 교차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레 서사의 리듬이 빨라지며 극의 긴장이 높아진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과거와 현재가 서로 엮이면서 영향을 주며 결국 하나의 서사처럼 연결된다. 나미가 준호에게 초상화를 건네주는 장면은 어린 시절 나미의 한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3장의 마지막인 현재의 나미와 과거의 나미가 마주한 지점에서 관객들은 나미를 같이 위로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써니는 플래시백을 이 지닌 한계를 적극 활용한 교차 서사의 진가를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한다. 

 

복선이 되다

영화 2장에서는 반복해오던 장면 전환과는 다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 47분에 시작되는 과거로 돌아가 본다. 나미는 준호를 따라 영스타에 가게 된다. 영스타에서 나미는 홀로 소녀시대 무리를 만나 괴롭힘을 당한다. 일단 준호가 소녀시대로부터 나미를 구출해 주지만, 이 사건은 써니와 소녀시대의 두 번째 갈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때 "가만있어. 우리 중에 한명을 건드리는 건 우리 전체를 건드리는 거야." 춘화의 대사를 기억해야 한다. 써니와 소내시대의 한바탕이 끝난 후 현재로 시점이 바뀐다. 바로 이 지점에서 어색한 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 현재로 시점이 전환된 이후 장면에서는 이상하게도 병원에서 나미는 춘화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다. 그리고 남편의 바람으로 상처를 받은 춘화를 찾은 진희가 등장하고 나미는 딸이 일진한테 맞는 것을 목격한다. 이에 나미, 춘화, 장미, 진희는 나미의 딸 예빈을 괴롭힌 일진을 혼내주기 위해 나선다. 이제 춘화의 대사를 다시 상기해 본다. 과거에도 써니는 나미를 괴롭힌 소녀시대에게 복수를 했다. 이러한 과거의 사건은 현재에 영향을 주게 된다. 즉 나미의 딸을 건드린 것은 나미를 건드리는 일이나 다름이 없다. 여기서 써니의 플래시백 활용의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20년이 지난 사건이 복선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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