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에서 배우로
소녀시대의 센터로 더 잘 알려진 윤아는 데뷔 초부터 연기 생활을 이어왔다. 아이돌 출신의 배우는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는 경우가 많으며 소속사에서 밀어준 것 아니냐는 식의 곱지 않는 시선을 받기 마련이다. 연기력이 뒷받침된다고 해도 높은 경쟁력을 뚫고 스크린에 서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이러한 악조건에서도 윤아는 당당히 연기력으로 배우가 된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영화 <엑시트>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이 영화는 CJ의 텐트폴 영화로써 영화사의 수익을 결정하는 상업 영화의 성격을 띠고 있다. 영화사 입장에서는 흥행이 보장된 감독과 배우를 섭외해서 수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따라서 아무나 캐스팅하지 않는데 영화사와 이상근 감독은 윤아에 대한 믿음이 컸던 것 같다. 당시 소녀시대의 뱃지를 달고 있는 윤아의 파급력은 엄청났지만 배우로서의 입지는 좁았다고 생각한다. 개봉 전부터 믿고 보는 배우 조정석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중들의 의심이 무색해질 만큼 윤아는 본인의 첫 주연을 맡은 이 영화를 통해 멋진 연기를 펼치게 된다. 풋풋한 대학생부터 직장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직장인과 주도적으로 재난을 극복하는 주인공의 모습 등 다양한 역할을 실감 나게 소화했다. 특히 특유의 짠내 가득한 현실 울음 연기가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재난 영화는 현실감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 포인트인데 윤아의 울음은 관객들에게 '나였어도 저렇게 울었을 거야.'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유쾌함은 덤이다. 배우 임윤아는 첫 주연에 940만 관객을 동원하는 대기록을 세웠으며 제28회 부일영화상 여자 인기 스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가져간다. 이처럼 <엑시트>는 자칫 아이돌 이미지 가려져 놓칠 수 있었던 그녀의 명품 연기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유의미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재난 영화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다
재난 영화는 큰 규모와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이 기반이 되기 때문에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한다. 미국 헐리우드가 아닌 이상 제작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동안 <투모로우> 같은 블록버스트급 재난 영화를 보고 자라온 지금 세대에게 그 이상이 아니면 재미를 주기 힘들다. 다행이도 한국에서는 그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너진 터널에 혼자 갇힌 남자의 생존기를 다룬 영화 <터널>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자연재해에 국한돼있던 소재에서 벗어나 터널 붕괴라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을 다루며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공포심을 전했다. 또한 정부의 무능함을 이야기하는 등 사회 비판적인 목소리를 담으며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와 달리 <엑시트>는 새로운 장르를 제시하며 흥행을 기록한다. 흔히 재난 영화는 사건이 진행될수록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고조되면서 주인공의 생존을 방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주로 빌런이 등장하거나 앞서 얘기한 정부의 무능함을 내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러한 요소 없이 오로지 두 주인공이 능동적으로 퀘스트를 해결하는 과정에만 집중한다. 즉 유독 가스 테러라는 큰 맥락보다 조정석, 임윤아의 케미와 그들이 살아남는 과정에만 집중해 몰입감과 박진감을 높였고 안타깝지만 웃을 수밖에 없는 장면들을 쏟아낸다. 오히려 정부와 시민들은 헬기와 드론을 띄우며 앞장서서 구조를 펼치는데 점점 높아지는 탈출 난이도가 그들을 괴롭게 하는 유일한 장애물이다. 또한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현실감을 높인 것이 새롭다. 핸드폰 플래시를 활용한 '따따따 따-따-따 따따따' SOS 구조 요청과 쓰레기봉투, 고무장갑, 테이프, 대걸레, 분필 등을 활용한 리얼 생존법은 관객에게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준다. 구조 전 마지막 외침은 "우리 좀 데려가!!!"이다. 무엇 보다 영화 엔딩에서 무리하게 감동을 만들려는 뻔한 장치 없이 긴장감과 유쾌함을 끝까지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박수를 주고 싶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가 대박을 칠 수 있었던 이유도 억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긴장감을 위해 극적인 요소를 아예 배제하진 못했지만 말이 되는 상황이 주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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